제약, 바이오 업체들 앞다퉈 中國시장 뛰어들어

“시장 2~3%만 확보해도 5조원”

신약 물질·치료제 원료 공급 등 수천억원대 수출 계약 잇따라

아예 현지에 공장·연구소 세워 장기적인 중국 공략 나서기도

中업체도 자국 시장 보호하려 글로벌업체보다 한국기업 선호

국내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은 지난달 말 중국 대형 제약사 뤄신과 1000억원이 넘는 대형 수출 계약을 맺었다. 폐암 신약 후보물질인 ‘YH25448’의 중국 내 판매권을 넘기면서 1350억원의 기술료와 판매에 따른 추가 로열티를 받기로 했다. 이번에 중국에 수출한 신약 후보물질은 중국 등 아시아에서 많이 발생하는 돌연변이 폐암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대되는 의약품이다. 아직 동물시험도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중국 업체가 막대한 금액을 주고 입도선매한 것이다.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는 “연말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임상 시험에 들어간다”며 “개발에 성공하면 연간 1조원이 넘는 돌연변이 폐암 치료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4년 내 최대 1800억달러(약 199조원)로 커질 중국 의약품 시장에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단순한 현지 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 연구개발(R&D)센터를 짓는 등 장기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업체들은 작년에 중국에서 8억달러(약 8800억원)어치의 의약품을 팔았다. 제약업체 관계자는 “2020년 중국 의약품 시장 점유율 2~3%만 확보해도 수출액이 5조원을 넘는다”며 “우리나라 제약산업에 중국은 엘도라도(황금의 땅)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0조원짜리 중국 공략 나서는 한국 제약

중국 의약품 시장은 작년 기준 1152억달러(약 126조원)로,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규모다. 국내 업체들이 최근 연이어 중국 업체와 대형 계약을 맺으며 중국 시장 공략에 ‘청신호’를 켰다.

의약품 업체 동아ST는 지난 3월 중국 쑤저우시노사(社)에 결핵 치료제의 원료인 ‘테리지돈’을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오업체 제넥신은 최근 중국 제약업체 2곳에 자사의 치료제 판매권을 1700억원에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고 바이오 분야의 벤처기업인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중국 푸싱제약에 표적항암치료제 기술을 200억원에 판매했다. 성형용 의약품도 중국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LG생명과학·휴온스·메디톡스 등은 주름개선제와 성형보형물을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LG생명과학은 올 2분기에 중국 내 판매량이 전 분기보다 5배나 급증했다.

 

중국에 현지 공장과 연구소를 건립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작년 중국에서 2047억원의 매출을 올린 한미약품은 2억달러(약 2200억원)를 투자해 중국 옌타이(煙臺)의 경제개발구에 의약품 생산시설과 연구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대웅제약은 간장보호제 ‘우루사’ 등 주요 의약품을 내년부터 중국 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할 계획이다. 대웅은 2020년 중국 내 매출 5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뛰고 있다.

韓中 제약업체 간 이해(利害)가 맞아… 장기적인 협력 기대

중국 시장에는 유럽·미국·일본 등 글로벌 제약업체들이 대부분 진출해있다. 하지만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공인된 신약 임상 시험과 허가 절차를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체계를 고수해 글로벌 제약사들도 섣불리 장악하기 힘든 시장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제약산업을 키우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를 견제하는 탓도 크다.

하지만 한국 제약업체들은 중국 제약업체들과 서로 윈-윈할 수 있다. 예컨대 한국 제약사들은 최근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장기간에 걸쳐 수천억원에 달하는 임상 시험 비용을 감당하기는 힘든 게 현실이다. 그 대안으로 신약 후보 물질 기술의 향후 중국 내 판매권을 중국 제약사에 넘긴 뒤, 중국 업체와 공동으로 임상 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우리는 중국을 제외한 해외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 중국 업체는 신약 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다.

성영철 제넥신 이사회 의장은 “중국의 임상 시험과 허가 절차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중국 업체와 함께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중국 업체도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자국 시장을 보호하고 독점 판매권을 통해 막대한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한국산 신약 기술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말했다.

< 출처 : 2016.08.16,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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