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통신의 선두주자로 유명한 모토롤라는 1930년 최초로 자동차 라디오를 개발하였고, 오디오와 텔레비전의 제조업체였다. 그후 1970년대에 이르러는 일반 소비자 위주의 상업전자를 과감히 포기하고 산업전자의 제조로 전환하였다. 현재는 산업전자 이외에는 무선통신에 진출하여 이 분야에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기업이다. 주요제품으로는 투웨이 라디오, 무선전화, 무선호출기, 마이크로 프로세서, 네트워크 시스템 등을 생산, 판매하는 세계 최대의 하이테크 주자이다. 전통적으로 기술을 최대의 경쟁무기로 여기는 모토롤라는 경영과 관리면에서 타회사의 모범이 된다. 일반화되지 않은 하이테크 기술을 고객이 잘 모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향후 욕구사항을 판별하는 경영층의 적극적인 자세, 고객에게 극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리기법, 최우량기술을 습득하기 위하여 타업종의 최고회사를 방문하여 그 경영기법을 자사에 도입하는 벤치마킹체제, 사내 대학인 모토롤라 대학의 설치 등은 우리 기업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하겠다. 모토롤라의 갈등과 변모 모토롤라에서는 과거부터 전통적으로 "기술을 존경"하라는 것이 경영방침이었다. 그러나 상업화할 수 없는 기술, 시장대응이 늦은 기술은 상아탑의 기술에 불과하다. 많은 미국기업들이 기술 개발을 먼저 이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기업들보다 상업화를 뒤늦게 이룩하는 큰 이유중 하나로는 고객의 욕구 파악, 고객에 대한 대응이 늦은 결과였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미국기업들은 기술을 위한 개발에서 많은 연구활동이 시작되나 일본기업들은 최종소비자에게 중요한 기능을 하기 위하여 연구활동이 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예로서 미국기업들은 세라믹 분말의 입자를 작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으나 일본기업들은 응용단계에서 출발하였다. 즉, 일본기업들은 최종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입자의 크기나 공정상의 특징이 아니므로 50시간을 견딜 수 있는 제품, 또는 하루에 50번을 내리쳐도 결함이 발생하지 않는 제품의 제조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이다. 모토롤라는 하이테크 제조 기업이므로 기술개발이 가장 중요하지만 또한 고객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 또한 중요하여, 판매인력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는 갈등에 빠지게 되었다. 이에 모토롤라에서는 판매인력의 위상을 제일 상위로 올려서 타부문은 판매를 위한 지원부서의 개념으로 정책전환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전환은 실패를 가져왔을 뿐이다. 그 이유는 모토롤라의 제품이 하이테크 상품인 까닭에 판매사원이 고객의 욕구사항을 일일이 파악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즉, 모토롤라의 제품은 고객의 기대도를 훨씬 앞장서는 제품이기에 고객이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설명하거나 요구할 수도 없었다. 따라서 판매인력에 맞춘 기술부서의 지원은 큰 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 이에 모토롤라는 기술을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다시금 정책전환을 시도하되, 고객의 욕구파악과 고객에 대한 빠른 대응을 위하여 경영관리 시스템의 혁신을 이룩하도록 하였다. 고객과 직접 대화하는 모토롤라의 경영층 Robert Galvin 회장은 "고객을 만나라"라는 말로 고객서비스를 강조하며 회장 스스로가 연간 10∼12회 고객을 방문하고 이를 회장이 직접 보고서로 작성하고 있다. 또한 "경영층은 최소한 1년에 8회 이상 고객을 방문하고, 고객방문 보고서를 직접 작성하라."고 회사정책을 결정하였다. 이는 고객에 대한 대응을 경영층이 솔선수범한다는 경영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고객의 만족도에 회사의 사활이 달려있으나 타기업과 달리 고객의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것은 단순히 고객의 제품으로 획득하기가 어렵다. 모토롤라의 제품이 고객의 기대이상을 제공하고 있기에 고객이 제품에 대한 불평이 없으며 제품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모토롤라에서는 고객의 면담시 고객의 모토롤라 제품에 대한 평가를 단순 요약하는 대신 고객의 사업에 대한 어려운 점과 향후 필요한 점들을 토로하도록 유도하여 이를 경청하고 있다. 이 정책의 성공사례로는 무선전화의 탄생을 들 수 있다. 교통체중에 걸려있어 고객이 급한 전화를 걸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청취한 중역이 이를 보고서화 함에 따라 이에대한 연구결과 무선통신이 탄생된 것이다. 모토롤라의 제품에 대한 고객의 평가나 요구의 청취가 아닌 고객자신의 사업상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청취로 제품이 개발된 또다른 성공사례로는 무선통신 네트워크를 들 수 있다. 모토롤라의 중역은 고객인 IBM을 방문하여 그들의 사업상의 문제점을 청취하였다. IBM의 중역은 고객서비스가 더 잘 이룩되기 위해선 유선통신 네트워크가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토로하였다. IBM의 고객이 애프터서비스를 요청받아 IBM 직원이 현장에 파견되었을 때, 효율적인 처리를 위해선 고객의 애프터서비스에 대한 이력, 부속에 대한 IBM의 재고상황이 즉시 제공되어야 한다. 실제 IBM에서는 고객 프로파일과 애프터서비스에 대한 기록, 재고에 대한 상황이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있으나 수리사원이 현장에서 이를 사용하려면 자신의 랩탑 컴퓨터를 고객의 전화선을 이용하여 데이터베이스와 연결해야만 되었다. 그러나 이는 고객이 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게 되어 불쾌한 느낌을 제공하게 되며 때에 따라서는 고객의 전화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IBM의 상황을 중역이 보고서화 함으로써 개발된 것이 근거리 무선통신 네트워크(Local Radio Area Network)이다. 1992년에는 근거리 무선통신 네트워크를 전세계적으로 확장하는 이리디움 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77개의 인공위성을 띄워, 히말라야 정상에서도, 태평양의 작은 섬에서도 무선전화를 포함한 무선통신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원대한 계획이다. 고객과의 전자연계 고객과의 연계를 위하여 중역을 파견하는 방안외에도 고객의 생산부문과 모토롤라의 생산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연계도 이룩하였다. 과거 고객의 생산계획이 변경하게 되면 변경계획이 고객의 구매부서를 통하여 모토롤라의 판매부서에 전달되며, 이를 다시 생산관리부서에 전달하였다. 그러나 이 과정은 기간이 많이 걸리고, 전달상의 실수 가능성이 높으므로 생산부서끼리의 직접연계를 전자문서교환(EDI)을 통해 연결하였다. 한 예로써 모토롤라는 고객이 휼릿 패카드와 전자연계가 되어있어 휼릿 패카드의 생산계획에 따른 생산을 하고 있다. 휼릿 패카드가 생산계획을 변경하게 되면 이 계획이 바로 모토롤라에 전달되어 자재수급, 공장가동 및 기술개발의 계획을 신속하게 휼릿 패카드의 계획에 맞출 수가 있다. 이러한 고객기업과의 전자연계를 통해 고객기업이 필요한 시기에 제품을 조달할 수 있게 하여 고객을 위한 JIT(Just In Time)를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입장에서 시도한 예이다. 무선호출기 사업 모토롤라의 경영혁신은 거의 모든 부문, 모든 제품들의 주문에서 생산, 배달까지 이루어져 있으나 이 chapter에서는 무선호출기 부문의 경영혁신을 위주로 연구하였다. 무선호출기 부문의 경영혁신이 타부문보다 먼저 시작하여 대대적인 성공을 올렸으며 이러한 경영혁신의 방식이 기본이 되어 타부문에서도 사용되는, 이를테면 원조라고 할 수 있다. 무선호출기 시장에서 일본기업들의 성장이 1986년부터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기업들의 제품이 더 치밀하고 성능이 좋아 거의 모든 미국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을 석권하였다. 그러나 모토롤라는 이에 항복하지 않고 대응하기로 결정하였다. 모토롤라는 최우량기업과의 비교분석을 통한 최우량작업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일본기업의 침투를 저지하고 무선호출기 분야에서 최고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 1986년 6월 모토롤라는 23명으로 밴드잇(Bandit)이라는 팀을 조직하였다. 컴퓨터와 로봇을 이용하여 일본기업들에 대항할 수 있는 무선호출기의 제조공정을 만드는 것이 밴드잇팀의 목표였다. 그러나 이들은 단순히 이러한 두가지의 기술만으로는 일본기업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을 파악하고 판매사원의 주문부터 생산완료 후 포장작업까지의 전과정을 혁신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과정의 걸리는 시간은 약1달 가량으로 고객대응 속도가 너무 느렸다. 고객의 주문이 이루어지면 포장작업까지 전문화된 다단계 작업을 통하여 진행되며 각 단계별로 별도의 컴퓨터 시스템을 사용하여 총 6에서 7가지의 시스템에 의하여 통제된다. 그러나 이들 시스템들은 독립적으로 운영되어 단계별로 입력, 재입력을 하여야 된다. 다단계 작업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오직 팩스 자료일 뿐이었다. 이 팩스 자료도 계속 단계별로 복사되어 마지막 단계에서는 읽기 어려울 정도였다. 밴드잇팀은 접근방법으로는 먼저 무선호출기 제품을 새로이 디자인하는 제품의 혁신을 꾀하였다. 제품혁신으로 제조과정이 쉽게 개선된 후, 주문에서 포장까지의 제조 프로세서의 혁신은 제조프로세스의 각 부문에 각 최우량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최우량 경영기법을 도입하는 벤치마킹을 이용하기로 결정하였다. 예를들어 외상매입부, CIM(Computer Integrated Manufacturing), 등의 부문을 파악하여 이 부문 최고의 회사들의 작업방식에 대해 창조적인 모방을 시도하기로 한 것이다. 기업 내부만이 아닌 원자재 공급업체와 협력을 꾀하여 공급업체들과의 대화를 통한 그들의 의견도 수렴하였다. 무선호출기의 새로운 디자인 밴드잇팀은 우선 무선호출기 제품을 새로이 디자인 하였다. 디자인의 목표는 제조의 효율과 경쟁력있는 제품의 디자인에 있었다. 디자인 작업시 제조과정의 원가가 대부분 결정되므로 우선 디자인의 혁신을 통하여 제조부문의 혁신까지를 기획하였다. 디자인 혁신은 다음과 같은 특징으로 이루어졌다. 첫째, 무선호출기의 크기를 최소화하였다. 답배갑만하게 크기를 축소하였으며 모서리의 작은 면에 화면을 부착하였다. 제품의 작은 형태는 경쟁우위를 가져올 뿐 아니라 견밀하게 디자인되면 부품의 견고함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둘째, 전선 와이어의 사용을 가능한한 최소화 시켰다. 전선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사용이 많을수록 신뢰도가 떨어지며, 납땜이 더 필요하게 된다. 셋째, 스프링의 사용을 억제하였으며 필요부분도 작업이 쉽도록 새로이 디자인 하였다. 스프링의 삽입은 어려운 작업이며 공정상의 병목현상으로 나타나므로 이에 대한 대처를 한 것이다. 넷째, 부품수의 축소를 꾀하였다. 부품이 많을수록 공정수가 증가되며 신뢰도가 떨어지게 되므로 우선 부품수를 줄이며 가능한한 플라스틱보드의 회로화를 통하여 유동적인 부품을 고정부품으로 대체하였다. 로봇의 사용 고객의 주문에 빠른 대응을 하기 위해선 로봇의 사용이 필수였다. 따라서 밴드잇팀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우수한 로봇의 발굴에 노력하였다. 처음에 가장 관심을 가진 로봇은 전기접속기를 제조하는 Allen-Bradley 공장에서 사용되는 로봇이었다. 그러나 밴드잇팀은 Allen-Bradley의 로봇의 채택을 거부하였다. 밴드잇팀이 추구하는 자동화는 소프트 자동화이나 Allen-Bradley의 로봇은 하드 자동화였기 때문이다. 하드 자동화는 소품종의 제품들을 대량 생산하는 것에 사용되나 소프트 자동화는 다품종의 제품들을 소량 생산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소프트 자동화에 필수적인 것은 컴퓨터로 제어되는 로봇이다. 로봇이 어떤 도구를 어떻게 이용하여 어떤 작업방식을 취하는 가가 컴퓨터에 의한 명령으로 제공된다. 따라서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따라 무선호출기를 주문생산하기 위해선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만을 변경하여 대응할 수 있는 세이코의 로봇을 사용하기로 결정하였다. 벤치마킹 밴드잇팀은 약 1년 반에 걸쳐 전세계를 대상으로 여러 부문의 벤치마킹을 시도하였다. 가장 큰 효과의 벤치마킹은 물론 앞에서 언급된 소프트 자동화를 이룩할 수 있는 로봇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며 이외에도 벤치마킹을 통한 다음과 같은 효과를 거두었다. 치밀하면서도 정확한 제품의 선두기업들인 스위스의 시계제조업체들을 벤치마킹하였다. 이 결과로 얻어진 교훈은 제조공정에도 이용되었지만 더 중요한 결과는 몇 년 후 신제품 개발로 나타났다. 스위스 시계제조업체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가장 먼저 손목시계 형태의 무선호출기를 개발하였던 것이다. 또한 고장이 없는 컴퓨터를 도입하기 위하여 많은 컴퓨터의 스펙을 조사하였다. 제조공정에서 많이 쓰이는 DEC와 Tandem의 컴퓨터 대산 Stratus 컴퓨터를 도입하기로 결정하였다. Stratus 컴퓨터는 CPU 두대를 사용한 컴퓨터로 두대의 CPU가 한꺼번에 고장날 확률이 거의 없으므로 가장 안전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