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네티컷 주의 스탬포드(Stamford)에 있는 프라이스라인(Priceline)이란 회사는 ‘온라인 입찰서비스’라는 매우 특이한 상품을 판매하는 사뭇 진취적인 회사이다. 즉 이 회사는 고객들로 하여금 컴퓨터를 통해 항공권, 자동차, 호텔방, 주택저당(home mortgage) 등의 값을 부르게 한다. 말하자면 고객들이 스스로의 입찰가격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고객은 프라이스라인의 입찰서비스망에 가입해 있는 회사들 가운데 어느 회사가 자신이 부른 값을 받아들이는가를 대번에 알게 된다. 그러면 그는 컴퓨터에 자신의 신용카드번호를 입력하는 방법으로 값을 지불한 다음 자기가 원했던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그런데 99년 11월부터 프라이스라인의 웹하우스(WebHouse)라는 자회사는 이러한 입찰서비스를 통해 뉴욕지역에서 돼지고기, 참치통조림, 맥주 등 140개 항목의 식료품을 팔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파는 것 자체는 그다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미 호움그로서(HomeGrocer.com), 피포드(Peapod), 웹밴 그룹(Webvan Group) 등의 회사가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인터넷 회사들이 운반차(van)로 식료품을 창고에서 고객들이 있는 곳으로 날라 주는데 반하여, 프라이스라인은 고객들로 하여금 식료품점에서 손수 물건을 가져가게 한다. 즉 편리보다는 경제성을 더 내세우는 것이다. 프라이스라인의 이 새로운 사업이 성공할지 안 할지는 이 회사가 거래당사자인 웹하우스와 고객 그리고 식료품점 사이의 상호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판매시스템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웹하우스의 고객은 신문지에 끼어 있는 간지나 슈퍼마켓에서 고유번호와 자석줄(magnetic strip)이 장착된 플라스틱 카드를 손에 넣은 다음, 카드번호를 이용하여 웹하우스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쇼핑을 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인터넷 쇼핑을 하는 고객들은 대체로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과연 이 바쁜 사람들이 세제나 시어리얼을 살 때 돈 몇 푼을 아끼려고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할까? 그런 일은 은퇴한 사람들이나 하지 않을까? 그러나 프라이스라인의 경영진은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식료품을 싸게 사려고 몇 시간씩 신문·잡지들을 뒤적이며 할인쿠폰을 모으고 있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신규사업의 전망을 아주 밝게 보고 있다. 또 고객들로서는 제조업체들이 그들에게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것을 기다릴 필요없이 스스로 먼저 그들이 원하는 할인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웹하우스의 이 시스템에 참여하는 제조업체들은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내는 할인가격과 정가의 차이만큼을 해당 슈퍼마켓에 지불하며, 또 거래액의 약 5∼10%를 수수료로 낸다. 또한 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고객들도 매달 3달러의 수수료를 낸다.웹하우스의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다량으로 구입하지 않아도 그들이 현재 창고점(warehouse stores)에서 받고 있는 정도의 혜택을 그들에게 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의미에서 이 시스템은 상당한 경쟁우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라이스라인은 웹하우스의 이 새로운 시도가 성공을 거두면 앞으로 약품도 거래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다. 바야흐로 소비자가 가격결정을 주도하는 온라인 마케팅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