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 2일, 미국을 대표하는 두 자동차회사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와 포드(Ford)는 거의 동시에 실리콘 밸리 전체를 뒤흔들 만한 엄청난 계획을 발표한다. 즉 두 회사 모두 앞으로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그들의 구매업무를 인터넷을 통해 하겠다는 것이다. 만일 현재의 복잡한 구매업무를 거래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범세계적인 전자포럼을 통해 하게 되면, 수십 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GM은 현재 약 3만 개의 공급자를 통해 해마다 약 870억 달러 어치의 물품 및 서비스를 구매하고 있으며, 포드의 구매물량은 이보다 약간만 적을 뿐이다. 그래서 이러한 거대한 두 회사가 온라인으로 모든 구매관련업무를 처리하게 되면, 전자상거래의 규모는 현재의 연간 200억 달러에서 2∼3년 내에 약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GM의 사이트만 하더라도 몇 년 내에 그것의 취급액수는 무려 5천 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런데 이 프로젝트를 매우 정력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GM의 리차드 와고너(G. Richard Wagoner, Jr.) 사장은 불과 1년 전인 98년 말경까지 사무실에 컴퓨터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98년 크리스마스 휴가기간 동안 대중매체와 아들들을 통해서 전자상거래 열풍을 실감하게 된 그는 쉬는 기간이 끝나자마자 정보담당 부사장인 랠프 찌겐다(Ralph Szygenda)에게 GM이 새로운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가의 여부를 물어봤다. 찌겐다의 대답은 GM이 아주 빨리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와고너 사장은 찌겐다에게 특별팀을 만들어 작업을 해서 90일 이내에 구체적인 건의안을 내도록 지시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전략담당임원들로 하여금 모두 인터넷을 배우게 했다. 그 결과 99년 봄에는 모든 전략담당임원들이 웹 열풍에 휩싸였으며, 이미 이른 여름에 GM은 와고너 사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고 몇 개의 인터넷관련 주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GM의 장기적인 꿈은 유명한 델 컴퓨터처럼 고객으로부터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고 나서 몇 주가 아닌 며칠이내에 인터넷을 써서 그가 원하는 대로 승용차나 트럭을 생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99년 8월, GM은 고객의 관점에서 전자상거래를 도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e-GM이라는 새로운 부서를 만들었으며, 구매담당 부사장인 해롤드 쿠트너(Harold Kutner)는 온라인으로 공급회사들과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책임을 맡게 된다. 그러나 몇 주 후에 쿠트너는 공급회사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것은 단순히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을 높이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 GM은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공급회사들끼리 서로 거래를 할 수 있는 사실상의 시장을 창출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공급사슬(supply chain) 전체에 걸쳐 값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에 쿠트너와 그의 팀은 눈을 뜬 것이다. 그들은 갖은 노력 끝에 전략담당임원들에게 이러한 새로운 사업개념의 타당성과 중요성을 인식시키는데 성공한다. 그 결과, GM의 막강한 전략위원회(strategy board)는 10월 하순에 쿠트너가 제안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결정한다. 한편 캘리포니아의 월넛 크리크(Walnut Creek)에 있는 커머스 원(Commerce One)을 이미 이 벤처사업의 파트너로 선정해 놓았던 GM은 포드가 자사의 야심찬 계획을 11월 2일 발표한다는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서둘러 같은 날 기자회견을 해버린 것이다. 앞으로 GM이 TradeXchange라고 이름붙인 이 웹사업에서 어떤 성과를 올릴지 자못 기대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