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기업 인텔에 도전하는 AMD

최근 미국에서 팔리고 있는 1,000달러 이하짜리 PC 안에 있는 마이크로프로세서는 그 절반 이상이 인텔이 아닌 AMD(Advanced Micro Devices)에서 만든 것이다(그림 I-2 참조). 그러나 컴퓨터 프로세서 시장에서 늘 인텔의 그늘 아래에 있던 AMD는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AMD는 이제 인텔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고급 칩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려 하고 있다. 신용평가회사에서 AMD의 등급을 올리고, 또 이 회사의 주식값이 98년 8월 이후 급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전망은 결코 어둡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그동안 AMD는 주로 인텔제품을 흉내내서 만든 이른바 인텔클로운(Intel clone)을 싼 값에 공급해 왔다. 또한 IBM을 비롯한 컴퓨터회사들은 인텔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의식적으로 AMD제품을 구입하곤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AMD는 인텔의 펜티엄과 맞설 수 있는 K5 프로세서를 스스로 개발하기 시작했고, 또 18억 달러를 들여 텍사스의 오스틴에 그것의 조립공장을 건설한다. 그러나 AMD의 이 야심찬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난다. 디자인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K5는 펜티엄보다 2년이나 늦게 나왔으며, 따라서 오스틴공장도 돌아가지 않았던 것이다.하지만 96년에 AMD가 6억2천5백만 달러에 넥스젠(NexGen)이라는 회사를 인수하면서 상황은 급격히 호전된다. 넥스젠은 제6세대 프로세서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이 회사의 개발팀장인 아티크 라자(Atiq Raza)는 인텔을 따라잡으려는 정열에 불타고 있는 사람이었다. 라자씨의 팀이 개발한 K6 프로세서는 97년에 나왔으며, 그것은 나오자마자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AMD는 K6의 발매초기에 생산쪽에 문제가 있어서 주문물량을 다 댈 수가 없었지만, 98년에는 이것의 생산량이 약 1,200만개에 달했다고 한다. 1,000달러 미만의 PC시장이 활성화된 것은 바로 이 K6 덕분이다. 현재 이 세분시장은 PC시장 가운데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으며, 전체 PC 매출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컴팩, 휴렛-패커드, IBM등은 AMD제품이 들어있는 PC를 팔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팔고 있다. 일반소비자들은 PC안에 인텔의 제품이 있건 AMD제품이 있건 개의치 않는 듯하다. 인텔이 상표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수십억 달러를 썼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인텔로서는 다행히도 기업들은 아직 인텔을 고집하고 있다. 그들은 인텔제품 이외의 프로세서가 들어있는 네트워킹 PC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그들의 이러한 생각이 틀린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그러면 앞으로도 AMD가 현재와 같은 성장을 계속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되려면 AMD는 첫째, 생산량을 배로 늘려야 하고, 둘째 99년 전반기에 높은 성능의 K7프로세서를 내놓아야 한다. 또한 이번에는 개발이 늦어진다던가 생산에 문제가 생겨서는 안된다. 많은 소비자들은 2000년이 오기 전에 옛날 PC를 버리고 새 것을 살 것이다. 그러나 그 후에는 곧 판매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AMD는 좋은 시절을 놓쳐서는 안되는 것이다. AMD는 독일의 드레스덴에 새 공장을 지었으며 2001년에는 연간 4천만개의 프로세서를 생산하려고 한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PC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지금의 배인 30%로 올리는 것이 목표이다. 그러나 PC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는데다가 인텔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므로, AMD가 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2) 방어할 때

한 회사의 경쟁우위란 것은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영원할 수가 없고 그래서 늘 위협받고 있다. 그것은 우리 회사, 고객, 경쟁사가 끊임없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의 현재의 위치를 지켜야 하는 회사는 이와 같은 사실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대체로 경영자들은 지금까지의 경쟁우위가 뚜렷할수록, 그리고 이러한 경쟁우위를 가진 덕분에 오랫동안 시장에서 잘 해왔을수록 기존의 경쟁우위에 더 강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 좋았으니 앞으로도 괜찮으려니 한다. 경쟁사가 이제 우리를 거의 따라왔다는 사실을 좀처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모든 것이 빨리 변하고 경쟁이 심한 시대에서는 과거의 성공, 과거의 영광, 과거의 경험이 오히려 자신의 시야를 좁히고 생각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경영자는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방어하는 회사는 아래의 지침들을 지키는 것이 좋다.

– 현재 경쟁우위를 갖추고 있는 부문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여라. 그러나 만일 이것이 힘들면, 적당한 시점에서 과감히 경쟁우위의 원천을 바꿔라.

– 공격을 당하면 즉각 반격하라. 현재의 고객을 지키는 것이 빼앗긴 고객을 되찾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이다.

잉크젯 프린터시장에서는 휴렛-패커드가 이러한 지침을 착실히 지켰기 때문에 아직도 이 시장에서 막강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BSkyB 사례는 앞으로 디지털TV시장에서 경쟁사의 강한 도전을 물리쳐야 하는 이 회사의 현재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프로톤 사례는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새로운 경쟁우위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회사의 모습이다. 즉 정부의 특혜라는 일종의 정치적 경쟁우위 덕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프로톤은 이제 진정한 의미의 전략적 경쟁우위를 창출해야 하는 큰 과제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제너럴 모터스 사례는 발빠르게 움직이는 경쟁사와 경영실적의 악화로 말미암아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공룡같은 거대기업의 모습을 담고 있다. 제너럴 모터스의 구조조정노력이 성공하느냐 아니냐는 결국 그것이 새 시대에 맞는 전략적 경쟁우위를 창출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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