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는 대망의 고급모델인 렉서스(Lexus)를 미국의 고급승용차시장에 내놓았다. 렉서스는 새로운 상표였고, 도요타는 광고에서 ‘도요타’라는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시장에서 해마다 100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팔고 있는 일본 굴지의 회사가 렉서스를 개발했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도요타의 주력차종은 코롤라(Corolla) 및 캠리(Camry)였는데, 둘 다 신뢰성이나 값어치 면에서 이미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도요타가 우수한 품질의 고급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다고는 아직 믿지 않고 있었다.첫 해에 나온 렉서스 LS400의 도입가격은 3만 5천불이었으며, 만 6천 대가 팔렸다. 도요타는 이 가격으로는 거의 이익을 못 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침투정책 덕분에 이듬해에는 벌써 6만 3천 대가 팔렸으며, LS400을 타 본 사람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제품을 칭찬하고 다녔다. 그 결과 렉서스는 시장에 나온 지 2년 남짓한 기간에 미국의 고급자동차시장에서 확고한 시장기반을 잡게 되었다.LS400은 고급차시장에서 ‘우수한 자동차’의 상징처럼 되었으며, 각종 소비자만족도 조사에서 늘 수위를 차지하곤 했다. 최고급 승용차를 생산할 수 있는 도요타의 능력에 대해서 미국인들이 갖고 있었던 의구심은 어느새 씻은 듯이 사라졌다.그러나 그와 함께 3만불대의 렉서스도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도요타는 시장기반을 잡으면서 꾸준히 값을 올렸던 것이다. 이와 같이 1989년 도입당시의 낮은 가격은 렉서스가 주목을 끌고 시장을 빨리 파고 들어가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이것은 이른바 침투가격전략(penetration pricing strategy)의 아주 전형적인 보기이다. 1989년 한 해 동안만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3만 5천불은 너무 싼 가격이었다. 그러나 3만 5천불이라는 이 도입가격을 시장진입 후의 렉서스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마케팅도구로 본다면, 우리는 도요타의 전략적 사고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